시인 정지용의 향수

2021. 10. 17. 22:42♥해피 바이러스는 마음을 나눌 때 뿜뿜 솟는 다지요?

시인 정지용의 향수

 

※정지용(1902-1950)은 충북 옥천 출생으로, 1910년 옥천 공립학교에 입학하고, 12세 때인 1913년 동갑내기 송재숙과 결혼 하였으며, 1918년 서울 휘문고보에 입학 재학중에 1919년 3.1운동당시 교내 시위를 주도 하여 무기정학을 당하기도 함.

1923년 휘문고보 교비 장학금으로 일본 도시샤 대학 영문과에 진학하고 1927년 졸업후 휘문고보 영어교사로 8.15해방시 까지 재직하였으며, 해방후에는 이화여대에서 한국어와 라틴어를 강의함.

이후 경향신문 편집 주간을 지내기도 한 그는 1950년 한국전쟁때 북한군에 의해 서대문 형무소에 수감되었다가 납북되어 1953년 평양에서 사망한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1993 4월 북한 통일신보는 정지용이 납북도중 1950년 9월 미군폭격으로 사망했다고 보도.

정지용은 1930년대 한국현대시의 새로운 시대를 개척한 선구자로 평가 되고 있으며,

특히 1926년부터 1933년까지 시기의 그의 시는 모더니즘의 영향을 받아, 이미지를 중시하면서 향토적 정서를 형상화한 순수 서정시의 가능성을 개척한 시기로, 그는 우리말을 아름답게 가다듬은 절제된 표현을 사용하여 다른 시인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는데 <향수>는 이 시기의 대표적 시 작품임.

 

[향수]

넓은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곳

그곳이 참하(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빈)밭엔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마음 파아란 하늘빛이 그립어(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히리야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의(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안해(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지고 이삭 줍던 곳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집웅(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 앉아

도란 도란 거리는 곳 

그곳이 참하 잊힐리야."